'억까' 신조어에 대한 생각
'억까'라는 단어를 들었다. 대학생 동생이 과제가 너무 많다면서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고 했다. 어깨라고 잘못 듣고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억까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억까' 억지로 까내리다의 줄임말이었다. 종종 동생은 내게 신조어나 밈을 가르쳐주곤 한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흥미롭고, 유용하게 사용하곤 하지만, 종종 어떤 신조어는 억양이나 뜻이 좋지 않아서, 굳이 사용하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억까라는 단어를 알게 된 뒤로, 자주 듣게 되었다. 뉴스, 미디어 매체, 친구들.. 많은 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억까를 찾게 되었다. 억까는 주로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였다. 2000년대 컴퓨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누군가를 뚜렷한 명분 없이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억까, 억까충, 억빠라는 단어와 세상이 날 억까해 라는 밈까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아 억까당했어", "너 억까 좀 그만해"와 같이 대화중에 쓰이며, "억까정치", "억까기자" 등과 같이 뉴스에서도 종종 사용된다.
소위 문찐(대중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나는 신조어란 MZ세대만의 용어이며, 그들만이 사용하고, 또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대불문, 나이불문,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었다.
필자도 역시 억까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세상이 억지로 나를 까내린다는 말이 옹졸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졌다." 전자, 후자 모두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세상이 살기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세상을 억까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사회구조와 세상을 비판할 수 있는 정확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조금이나마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까기만 하는 것은 비겁하고 약한 사람이 될 뿐이다.